네 목소리만 NG
5화

무제

2026-06-19

등장인물: 시원

이름 하나가 비어 있는 밤무제 #2사라진 뒤로 바뀌었다는 한 사람무제 #3쟤 신인 때 톤 빌려 쓰던 버릇 있었잖아요. 근데 그 사람 사라지고부터 부쩍 바뀌었다고들 했어요.무제 #4이름은 기억 안 나요. 오래된 얘기라.무제 #5이름은 여전히 빈칸이었다.무제 #6빈칸 둘레가 조금씩 또렷해지는.무제 #7아니, 3주 안에 그게 돼? 형, 한 주만 미뤄봐. ……그쪽도 일정이 빡빡하다니까.무제 #8저건 그냥 일하는 사람의 목소리. 내가 닿을 수 없는 사정권 밖.옆에서 종이컵 하나가 내밀어졌다.무제 #10……고맙습니다. 응.무제 #11손끝은 데워지는데 속 한쪽이 자꾸 차갑다.무제 #12내가 신경 쓰는 건 빌린 톤이 아니라. 그가 누구한테 어떤 목소리를 쓰는가.무제 #13진짜일 때만 갈라지거든, 목소리가.들어가야지.다섯 번째 에피소드의 마지막 컷무제 #16군더더기 없는 둘의 합무제 #17각자의 자리로 흩어지는 마무리무제 #18마지막 컷 직접 확인하려고? 어시스턴트라 그래야죠. 같이 봐도 돼?무제 #19헤드폰을 하나 더 꺼내 옆에 놓았다.무제 #20무제 #20무제 #21체온인지 공기인지 모를 것이 곁에 있었다.무제 #22무제 #22무제 #23'가야 하면 가.' 그게 자꾸 '가지 마'로 들리는.무제 #24마지막 컷 타이밍이 조금 달라. 어디서요? 이름 부르는 데서. 0.3초 늦은 것 같은데.무제 #25느껴지기도, 안 느껴지기도 했다. 경계가 흐릿해서.무제 #26연기 멈춤은 계획한 거고. 진짜 멈춤은 할 말이 없어서 생기는 거야.무제 #27……그게 구분이 돼요? 귀에 익으면 돼. 파형도 다르거든.무제 #28저 부분이 아까 녹음할 때 나는——거기서, 목소리가 달라졌다.무제 #30빌린 톤이 벗겨지려는 찰나.무제 #31진짜로 가야 하나 싶었던 것 같은데.나오려던 것이 있었다. 헤드폰도 없이, 공기로.나 커피 좀.무제 #34아무도 부르지 않았고, 그도 돌아보지 않았다.무제 #35좁은 콘솔 앞에 둘만 남았다.무제 #36……진짜로 가야 하나 싶었던 게. 캐릭터 얘기예요.무제 #37여기. 이 침묵이. 계획 안 한 건데.무제 #38저 0.3초 안에, 뭐가 있었던 걸까.무제 #39나 때문이에요?그가 너를 봤다. 정말 봤다.무제 #411초가 지났다. ……뭐가.무제 #42그 침묵이. 나 때문에 들어가버린 거냐고요.무제 #43읽으면서, 1초 반이 지났다.무제 #44아, 그게.무제 #45직업병이야. 집중하면 주변 소리 다 들어가거든. 그날 밖에 공사 소리도 들어간 세션이 있었어.무제 #46공사 소리. 얼마나 잘 만들어진 출구인지.무제 #47갈라지려던 것이 다시 봉인됐다.무제 #48발소리가 다시 가까워졌다.무제 #49확인은 됐지? ……네. 그럼 됐다.무제 #50야, 마지막 컷 디렉터랑 어떻게 됐어?무제 #51진짜일 때만 갈라지거든, 목소리가.무제 #52같은 사람의 목소리가, 자꾸 따로 놓였다.집에 돌아온 건 열한 시가 넘어서였다.아직 펼치지 못한 채로, 사흘째.무제 #55펼치면 읽어야 하고, 읽으면 답을 해야 한다.무제 #56시원에게서, 음성. 1초 41.무제 #57어젯밤보다 8 길어졌다. 그 8을 세고 있는 게, 얼마나 우스운지 알면서.무제 #58머리가 '별거 아니야'를 준비하는 동안, 맥박은 이미.무제 #59……자?무제 #60편집하지 않은, 방 안에 혼자 있는 사람의 목소리. 다른 누구한테도 안 쓰는 결로.무제 #61안 자요. 마지막 컷 그 0.3초, 자꾸 생각나서. 그거 들켰네. 너 신경 쓸 줄 알고, 그래서 공사 소리라고 한 거야.무제 #62네가 도망갈 데를 남겨두려고. 그게 더 나빴다.무제 #63그럼 진짜는 뭐였는데요. 그건 마이크 끄고 말할게.무제 #64마이크를 끈다는 건, 기록되지 않겠다는 뜻. 빌린 톤이 아니라는 뜻.무제 #65음성. 이번엔 4초 02. 점점 길어졌다.무제 #66……아까, 콘솔에서. 공사 소리 아니야. 너도 알지.모두에게 켜진 사정권이 아니었다. 너한테만 켜진 거였다.그 방에도 이런 밤이 흐르고 있었을까.무제 #69무슨 말을 해도 그 4초만큼 갈라지지 못할 것 같아서.무제 #70그 말, 마이크 끄고 직접 해줄 수 있어요?무제 #71지금은 못 해. 마이크 끄고 하는 말은, 너 앞에서 해야 되는 거라서.무제 #72언제요. 내일 마지막 세션 끝나고. 다 가고 나면.무제 #73수락도, 거절도 아니었다. 펜이 거기서 멈췄다.무제 #74사인은 나흘 안에만 하면 됐다. 내일이 먼저였다.눈을 감아도 귀엔 '알지' 끝이 내려앉던 그 자리가.내일. 다 가고 나면, 그 방에 둘만 남으면. 너는 거기서 무엇을 먼저 내려놓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