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목소리만 NG
1화

무제

2026-06-15

등장인물: 시원

사흘째, 유리 한 장을 사이에 두고.무제 #2괜찮아. 이런 결말도 나쁘지 않으니까.무제 #3괜찮아. 이런 결말도…무제 #4이런 결말도 나쁘지 않으니까~세 번 다 완벽해. 그래서 더 이상해.무제 #6어때요, 디렉터님?덜 단 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콘솔 너머, 3년을 본 눈 하나.무제 #9무제 #10저 친구 페이지 넘기는 거, 기억해두세요.뭘 봤다는 건지 물어볼 틈이 없었다.그 단서를, 너에게만 흘렸다.야, 시원아.무제 #14이거 다음 주 목까지야. 캐릭터 둘 네가 맡았어.형, 나 지금 죽는 연기 중이야.네가 뭘 죽어. 죽는 연기도 다 살아있잖아.무제 #17디렉터님이세요? 신혜 선생님 대신. 네, 라고만 했다.무제 #18하나만 아세요. 쟤랑 오래 일하실 거면.무제 #19십 년을 봤는데 저 자식 속은 아직도 몰라요.무제 #20늘어난 건 농담뿐이고.형이 내 무슨 속을 알고 싶은 거야.무제 #22내가 그 말을 어떻게 들었는지, 확인하듯이.목요일까지요.형 말은 반만 믿으세요. 나머지 반은… 직접 보시면 되죠.세 가지 톤 중에 진짜는 어디 있는 걸까.무제 #264번을 청했을 때, 거기서 한 번 갈라졌다.직업적 호기심. 그 이름이 자꾸 헐거웠다.사람이 다 빠지고, 둘만 남은 오후.무제 #29들어갈 이유는 있었다. 직업적으로, 충분히.아, 디렉터님. 불편한 거 있어요?무제 #31아까 4번 톤, 한 번만 다시. 4번이 뭐였더라.무제 #32저는 그냥 슬픔, 체념, 농담인 줄. 그럼 4번은.무제 #33멈췄다.무제 #34남아있어서 미안.무제 #35이번엔 캐릭터의 것이 아니었다.흘릴 때보다 덮을 때가 훨씬 익숙한 손.어때요, 원하시는 느낌이에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무제 #38떠오르는 건 목소리가 아니라, 헤드폰을 끼던 손의 빠르기였다.둘이 함께 덮은, 입에 올리지 않은 침묵.입담 빠른 걸로 통하는, 동료이자 라이벌.무제 #41야, 오늘 뭐 찍어? 게임 더빙. 죽는 씬.다섯 번 죽었어. 아직 더 남았어.쟤 긴장하면 3번 뒤에 꼭 페이스 바꿔요. 톤을 갈아끼는 게 버릇이야. 신인 때부터.야, 선배가 자꾸 사람 비밀 폭로하시네.비밀이에요? 난 본 대로 말하는 건데. 넌 그냥 눈치를 못 챘던 거고.알고 싶지 않았는데, 알아버렸다.다음에 같이 일하게 되면 잘 부탁드려요.다음 테이크 준비합니다.무제 #49세라의 말, 오진의 말, 부스에서 새어나온 그 결이 한데 겹쳐졌다.무제 #50녹음이 끝났다.수고하셨습니다.무제 #52오늘 디렉팅 빡세던데요. 다음엔 살살 좀.너는 웃었다. 0.1초 늦게.무제 #54무제 #55방금 그 줄… 다시 갈까요.물으려다 입을 다물었다. 묻는 순간 답이 정해질 것 같아서.아니요. 아니요? 충분해요.무제 #58그래요?무제 #59모레도 세션이에요? 그럼 다음엔 좀 살살 오세요.무제 #60오늘 4번 톤.무제 #623년 만에 처음 봤어요. 저 친구 파형 갈라지는 거.무제 #63저 친구, 잘 봐주는 사람한테는 더 안 보여주려고 하거든.무제 #64보통은 반대일 텐데. 왜.평소랑 똑같은 얼굴인데, 그걸 의식하고 있다는 게 달랐다.무제 #66그는 누가 가까이 오면 문을 닫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늘 오후, 3초 동안 그 문이 열렸다.모르는 번호. 농담이 한 글자도 없는 문장.무제 #68오늘 명함 받았어요. 저장해도 되나 해서요. 답을 어떻게 쓸지 세 번 지웠다.무제 #69아까 그거. 다시 안 가도 된다고 하신 거. 그게 더 신경 쓰여요.무제 #70한 번에 보낼 말을, 굳이 세 번에 나눠 보낸 사람의 호흡.무제 #71NG 아니었어요. 웃는 게 늦은 거였어요. 거절이 아니라.늦은 이유가 뭔데요.답하면 나도 문 하나가 열리는 거였다. 그건 모레 부스에서요.무제 #74그럼 모레까지 그 톤 안 까먹게 잘 보관해둘게요.무제 #75까는 용도가 아니라, 헐겁게 매듭지은 농담. 입꼬리가 움직였다. 0.1초도 늦지 않게.다음 날은 세션이 없었다. 모레로 미뤄둔 약속만 그 자리에.모레. 십 분 일찍 도착한 복도 끝.무제 #78디렉터님 거예요. 덜 단 거. 시럽 안 넣고. 맞죠?무제 #79인터컴은 꺼져 있었고, 유리 너머였다. 들렸을 리 없는 거리.무제 #80보기만 하고,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 고마워요.무제 #81오늘은 살살 가시는 거죠? 4번 톤이 잘 나오면 살살, 안 나오면 빡세게.무제 #82그거 어제 잘 보관해놨어요.무제 #83사흘 동안 한 번도 안 했던 걸, 지금, 나한테만.무제 #84근데 디렉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