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잘 지냈어?
1화

마지막까지 불 켜진 방

2026-06-07

등장인물: 민석

밤 아홉 시가 넘은 동물병원은 늘 그 시간에도 불이 켜져 있었다.

다른 가게들은 셔터를 내리고, 골목엔 가로등만 남는데, 통유리 너머 진료실 한 칸만 노랗게 떠 있었다. 너는 매일 그 앞을 지나면서도 한 번도 안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발이 저절로 멈췄다.텅 빈 진료실. 환자도, 보호자도, 다른 직원도 없는 공간에 그 사람 혼자였다.

손가락 하나를 케이지 틈으로 넣어 고양이의 코끝을 건드리고, 별것 아닌 일에 혼자 작게 웃는 그 모습을, 너는 길 위에 선 채로 한참 봤다.

저 미소 뒤엔 뭐가 있을까. 왜 저 사람은 항상 괜찮다고만 할까."이거, 제가."

말보다 손이 먼저였다. 그가 네 손에서 가장 무거운 박스를 자연스럽게 받아 들고, 다른 손으로 위층 버튼을 눌렀다.

"오늘은 고양이들을 더 많이 돌봐줬어요.""별것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요."

너도 모르게 그렇게 말해버렸다. 그가 살짝 눈을 크게 떴다. 마치 그런 말을 들은 게 오랜만이라는 것처럼.

"…그런가."걷는 내내 너는 알아챘다. 그가 우산을 자꾸 네 쪽으로 기울이고 있다는 걸. 자기 한쪽 어깨는 그대로 비에 적시면서, 빗물이 너에게 한 방울도 닿지 않게 손목을 조용히 비틀고 있었다.

"민석 씨, 그쪽 다 젖어요."

"아, 괜찮아요.""비 묻었네요, 여기."

그의 손이 올라왔다. 네 뺨 옆, 빗물 한 줄기가 흐른 자리로. 손끝이 거의 닿기 직전이었다. 너는 숨을 멈췄고, 그의 눈도 잠깐 흔들렸다.

그런데 닿기 직전, 그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이러면 안 되는데."문 앞에, 물기가 말끔히 마른 우산 하나가 가지런히 세워져 있었다. 어젯밤 그것. 쪽지도, 말도 없이.

너는 마른 우산을 집어 들었다.

손잡이가, 아직 따뜻할 리 없는데도 따뜻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