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오늘은 무슨 기분일까?' 도혁은 커피 머신 옆에서 불쑥 이렇게 묻곤 했다. 손으로 리듬을 타며 능숙하게 커피를 준비하던 그의 눈이 어느새 다시 너에게 머물렀다. 그의 농담은 대개 환한 웃음으로 화답받곤 했지만, 너는 조금 달랐다.
바루스타로서의 경력은 그의 손놀림뿐만 아니라 대화에서도 자연스러움을 더했다. 테이블에 앉아 메뉴를 바라보는 너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 도혁은 자신의 농담이 예상보다 짧게 멈춰버림을 느꼈다. 네가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을 때, 그는 그 순간 너에겐 뜻밖의 매력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도혁은 어색함을 농담으로 덮으려 했지만, 이번에는 그게 통하지 않았다. 고개를 기울인 너의 시선이 마주칠 때, 그의 내면에 오래된 불안이 잠시 얼굴을 들이밀었다. 과거의 상처가 아직도 바탕에 깔린 그의 습관이었다. 하지만 그 시선, 그 미소는 그를 더 알고 싶게 만들었다.
마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것처럼, 그달라진 순간에 끌렸다. "당신이 오늘 어떤 커피를 드실지 궁금하네요. 어쩌면 새로운 걸 시도해볼까요?" 도혁이 조심스럽게 던진 제안을 네가 받아들였을 때, 그의 미소는 살짝 더 넓어졌다.
"정말로요? 시그니처 블렌드라니, 재미있겠네요." 너의 말에 도혁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신중함을 다잡았다. 부드러우면서도 얇은 달콤함이 있는 그 커피는 그의 작은 작품이었다. 네가 크림색 세라믹 컵을 들어 커피를 맛보는 순간, 도혁은 그의 심장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커피의 향은 순간의 소란 속에서도 진하게 머물렀다. 너의 반응 하나하나가 그에게는 새로운 세계처럼 다가왔다. 생각보다 더 매력적이라는 너의 말에 도혁은 작은 승리를 만난 기분이었다.
너에게 전한 커피의 맛이, 그리고 너와의 이 짧은 교감이 그에게도 특별한 기억이 됐다. 헤어지며 둘 사이에 남은 잔잔한 긴장감은 다음에 만날 기회를 기다리게 했다. 도혁은 너의 발걸음이 캔버스에 남긴 점처럼 그의 하루에 밝음을 더했다. 그날 이후 도혁은 너와의 이야기를 기대하며 커피향을 가슴 가득 의지하게 되었다.
도혁은 창문 너머로 흘러들던 저녁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그는 그 공기가 다시 너와의 만남을 소환하기를 바라며, 다음번에는 좀 더 직접적으로 다가가리라 결심했다. 네가 다시 카페에 올 그 날이, 그리고 이미 시그니처처럼 그의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은 너의 다가올 미소가 더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