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인 척
3화

데운 걸로

2026-06-10

등장인물: 태훈

자리보다 먼저 도착한 온기.데운 걸로 #2…따뜻해.누가 한 친절일 뿐이야. 근데 왜 손이 안 떨어지지.펴기도 전에 무거워.데운 걸로 #6식기 전에 마셔. 안 그럼 또 내가 다 마셔야 되잖아.꼭 그 사람 말투 그대로.썼다… 지운 자국.…읽어도 되나.머리보다 숨이 먼저 멈췄다.여기까지만. 그가 닫은 문을 뜯진 않을래.한 글자가 벌써 안에 박혔어.…없어.방금까지 여기 있었어. 나를 피해서 빠진 거야.자, 자, 배고픈 사람들 다 비켜! 오늘 점심 메뉴 내가 다 책임진다!데운 걸로 #17데운 걸로 #18읽었어?딱 1초. 들킨 사람과 들킨 얼굴.어이! 거기 우리 기술문서팀! 데운 거 약속 지켰지? 어?거봐, 내가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어때, 감동했어? 이게 사회생활이야, 기브 앤—지운 거.뭐? 농담 밑에. 썼다 지운 거.한 줄 있었잖아. 지웠는데, 자국이 남았어.…안 읽었으면 좋았을 텐데.그거, 펜이 미끄러진 거야. 별거 아니야. 야, 너 국 식는다. 빨리 먹어.다 읽진 못했어. '너'까지만 봤어. 그담은 안 봤어. 일부러.그게.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됐다. 진짜 별거 아니었어. 나 이거 빨리 먹고 현장 다시 가야 돼서—가지 마.그 한 줄, 안 읽을게. 영원히. 근데 도망은 가지 마.데운 걸로 #33…너는 왜. 너는 왜 자꾸, 내가 숨기는 데를 보냐.다른 사람들은 안 봐. 그게 좋아서 그렇게 사는 거야. 내가 웃으면 다들 웃고, 아무도 내 안쪽은 안 봐.근데 너는 자꾸 봐. 웃기 전에. 그 찰나 먼저. 나 어제, 너랑 눈 마주쳤을 때 웃는 거 까먹었어.그래서 무서웠어.완벽해 보이고 싶었어. 너한테는 특히. 멋있는 척, 다 괜찮은 척, 가벼운 놈인 척. 그래야.그래야 네가 안 떠날 것 같았어.머리도 손끝도, 다 같이 멈췄다.약하고, 무섭고, 별거 아닌 일에 손 떠는 나를 보면— 실망할까 봐. 그래서 더 크게 웃었어.근데 안 통하더라. 너한테는 하나도 안 통해.지우면 지운 자국을 빛에 비춰 봐. 야, 너 진짜… 사람 환장하게 하는 재주 있어.떠난다고 누가 그래. 나는 네 농담 보고 여기 온 거 아니야.식은 커피 보고 왔어. 떨렸다고 한 거 보고 왔어. 네가 제일 숨기고 싶어 하는 거—그게 나를 세웠어.…그럼 안 되는데.그럼 나, 너한테 진짜 약한 거 다 보여주고 싶어지잖아.데운 걸로 #48이거. 현장 들어온 첫 해에 생긴 거야. 롤러에 손 끼였었어.그때 진짜 무서웠는데, 아프다고 소리도 못 지르고 웃었어. 그때부터였나 봐. 무서우면 웃는 거.숨기지 않으니까 더 잘 보여.데운 걸로 #52커피보다 더 따뜻했다.너한테는 안 웃을게.무서우면 무섭다고 하고, 아프면 아프다고 할게. 너한테만. 그 메모에 썼다 지운 그 한 줄도, 내가—태훈 씨, 3호기 라인 호출입니다. 들리면 응답.…어, 들려. 1분만. 1분만 있다 갈게. 가야 돼. 근데 이번엔 도망 아니야. 약속할게.저녁에. 끝까지 얘기하자. 식당 말고. 그 한 줄, 내가 직접 말해줄게. 지운 거 말고, 진짜로.커피 식기 전에 마셔. 이번엔 진짜 데운 거니까. 식으면… 그땐 내가 마셔줄 사람도 없잖아, 옆에.데운 걸로 #60식지 않았어. 점심 내내 두 손으로 감쌌어.끝까지 안 읽기로 했어. 그가 저녁에 직접 말해줄, 그 한 문장을 위해.오후는 이상하게 흘렀다.너한테는 안 웃을게. 그 말이 자꾸 되감겨.정문 말고 자재창고 뒤쪽 길로 와. 나 먼저 가서 기다릴게. …이번엔 안 식게 가서 기다릴게.답장을 쓰다 지웠다, 쓰다 지웠다. …응.공장에서 가장 조용한 구석.…왔네.여기, 나 혼자 가끔 와. 웃기 힘들 때. 와서 좀 있다가 표정 만들어서 다시 들어가.여기 데려온 사람, 너 처음이야.점심에 한 말, 무를까 봐 걱정했지. 안 무를게. 그래서 핑계 없는 데로 일부러 왔어.이번엔 안 지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