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인 척
태훈
3편 · 연재 중
줄거리
기술문서팀인 너는 구내식당 옆자리가 된 현장 엔지니어 태훈의 말없는 챙김에 마음이 기울지만, 누가 다가올 때마다 더 크게 웃으며 물러서는 그의 가짜 웃음 1초 뒤를 우연히 본 날부터 그 웃음의 안쪽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회차
1화웃음이 채 돌아오기 전
기술문서팀인 '너'는 복도에서 엔지니어 태훈이 통화 직후 1초간 무표정한 맨얼굴을 드러내는 장면을 목격한다. 식당에서 태훈은 너의 커피 취향을 두 달째 관찰해왔음이 드러나고, 마감일엔 단 것 없는 단백질 바를 무언으로 챙겨준다. 너가 그 마음을 언어로 건네자 태훈은 화제를 미끄러뜨리며 정확히 한 뼘 뒤로 빠진다. 야근 후 엘리베이터에서 너가 낮의 통화를 묻자 태훈의 웃음이 0.5초 늦게 켜지고, 그는 가방끈을 핑계로 질문을 덮어버린다. 너는 그 반 박자의 공백이 지워지지 않으며, 웃음 안쪽의 얼굴을 알고 싶다는 것을 자각한다.
2화두 번째 잔
태훈이 현장 사고로 자리를 비운 사이 너는 식은 커피 두 잔과 급히 남겨진 이름 약자를 발견하고, 두 번째 잔이 자신을 기다렸음을 깨닫는다. 늦게 돌아온 태훈은 너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웃음이 켜지기 전 맨얼굴을 드러내고, 처음으로 지혈 중 손이 떨렸다는 것을 너에게만 고백한다. 너가 상처 입은 손으로 손을 뻗자 태훈의 손바닥이 1밀리미터 기울었지만 동료들의 등장으로 접촉은 중단된다. 태훈은 식은 커피를 단숨에 받아 마시고 '다음엔 데운 걸로 사 줄게'를 너에게만 남긴 채 무리에 섞여 나가며 문턱에서 목덜미를 잠깐 기울인다. 너는 빈 잔의 온기와 닿지 못한 한 뼘을 안고, 내일 그가 선을 인정할 사람인지 다시 한 뼘 물러설 사람인지 알게 될 것임을 안다.
3화데운 걸로
태훈은 데운 커피와 두 번 접힌 메모를 너의 자리에 먼저 남겨 약속을 이행했고, 메모엔 농담 한 줄 아래 썼다 지운 자국이 남아—빛에 비추면 '너'라는 한 글자가 드러났으나 너는 의도적으로 더 읽지 않았다. 식당에서 눈이 마주친 순간 너는 처음으로 그의 농담을 받아주지 않고 지운 자국을 정면으로 꺼냈고, 도망치려는 그의 소맷자락을 잡으며 '도망은 가지 마'라고 말했다. 태훈은 처음으로 완전히 너를 향해 돌아서며 웃음으로 살아온 이유—'내가 웃으면 아무도 내 안쪽을 안 봐, 그게 제일 편해'—를 처음으로 언어화했다. 도망 대신 고백을 선택한 그는 저녁 약속을 남겼고, 지운 문장을 다시 쓰는 것이 예고된다.